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11일부터 16일까지 4박6일의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미국 역대 국빈 방문으로는 여섯 번째입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방미(訪美)는 6.25전쟁의 뼈아픈 역사를 함께 극복한 한미 양국이 군사 및 안보 공동체를 넘어, 경제와 사회, 문화의 공동체로 동반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11일 미국 방문을 위해 전용기 편으로 출국, 워싱턴 동포 4백여 명과의 만찬 간담회를 하는 것으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내년 재외선거가 동포사회의 발전에 긍정적 요인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비준되면 한미 경제 및 통상 협력관계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펜타곤 방문
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오전 수도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6.25전쟁 참전용사들과 대화하면서 뼈아픈 역사를 함께 극복한 한미 간의 혈맹(血盟)을 과시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위시한 미 행정부와 의회는 대한민국 국가원수로는 13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이 대통령에게 파격적인 예우를 갖췄습니다. 이 대통령은 12일 미 국방부(펜타곤)의 요청으로 워싱턴 외곽에 있는 펜타곤의 심장부인 ‘탱크룸’을 방문,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으로부터 안보 정세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 대통령을 펜타곤에 초청해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직접 설명하고 싶다고 요청해 왔습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동맹인 한국 국가원수에 대한 각별한 예우이며 동시에 공고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와 한반도 안보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안보공약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워싱턴 윌러드 인터컨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미상공회의소 주최 한미 경제인 오찬에서 도나휴 미 상의회장 등 미국 기업인들을 만나 “한미 FTA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미국 기업은 물론 근로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미 FTA가 일자리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고, 한미 FTA의 성공은 양국 기업인들의 손에 달렸다”고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0월 12일 워싱턴 D.C. 버지니아 타이슨즈 코너에 있는 한식당 ‘우래옥’으로 이 대통령을 초청해 비공식 만찬을 함께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의 비공식 만찬을 백악관이 아닌 외부에서 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미국 음식이 아닌 상대국의 전통음식을 메뉴로 선택한 것도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당초 양국 실무진은 경호 문제 등으로 백악관에서 만찬을 준비하려고 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 격의없이 얘기하기 위해 외부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며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한 식당을 선택하라고 특별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만찬에는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대니얼 러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 우리 측에서는 김성환 외교장관,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 배석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 의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에 부응해 이 대통령의 국빈 방문 기간에 맞춰 한미 FTA 이행법안을 비준했습니다. 이례적으로 하원의 심의 기한을 앞당겼고,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2일에는 관례를 깨고 상하원이 동시에 토론을 진행하면서까지 FTA 이행법안을 처리했던 것입니다. 미 의회에서 FTA 체결 이행법안에 대해 이처럼 초고속 심의를 한 사례는 지난 2004년 7월 모로코와의 FTA가 유일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식당 우래옥에서 식사 도중 미 의회에서 한미 FTA 이행법안이 통과됐다는 것을 자신의 휴대전화인 ‘블랙베리’를 통해 접하고 “압도적으로 통과돼 축하한다”고 소개, 모두 박수를 쳤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빛났고, 잘된 일”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1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을 비롯한 동북아 정세와 한미 FTA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눴습니다. 양국 정상은 이번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 동안 단독, 확대 정상회담을 포함해 대화 시간만 무려 13시간을 넘게 할애했습니다.
특히 한미 FTA 이행법안이 미국 하원과 상원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함에 따라, 한미 FTA는 이번 방미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한미 관계는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동맹으로 가는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정상회담 직후 이 대통령은 조셉 바이든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국 국무성 벤자민 프랭클린 룸에서 공동주최하는 오찬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특히 이 오찬에는 미 국무성이 LA에서 훈련 중인 ‘피겨 퀸’ 김연아와 미국의 ‘피겨 전설’ 미셸 콴을 공식 초청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연아는 “지난 2010년 밴쿠버올림픽 이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편지를 받았다”면서 “힐러리 국무장관을 만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고 했습니다.
오바마와 디트로이트 동행… 시카고도 방문
이명박 대통령은 또 13일 한국 국가원수로는 다섯번째이자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13년 만에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한미 FTA 체결의 의미와 미래지향적인 한미 동맹을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합동연설에서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한미 FTA가 양국 간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대북 정책과 관련해 ‘원칙 있는 대화’의 큰 틀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데 의견을 함께 했습니다. 저녁에는 미국의 유력 정,재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방미 마지막 일정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안내해 디트로이트 자동차산업단지를 둘러봤습니다. 두 정상은 14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한 자동차공장을 방문해 FTA로 인한 경제적 이익에 대해 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 자동차산업의 본고장인 디트로이트에서 한미 FTA의 긍정적 효과를 대내외에 알리는 ‘퍼포먼스’를 한 셈입니다.
이 대통령은 14일 오후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로 이동,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이 주최하는 경제인과 만찬 간담회를 갖고, 15일 동포간담회에 각각 참석한 뒤 귀국길에 올랐습니다.